박테리아, 함께 헤엄쳐 파지 피한다…칼텍 연구 결과

박테리아는 끊임없는 공격 속에서 산다. 박테리아를 사냥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는 흔히 먹잇감보다 훨씬 많다. 인체에서, 토양에서, 호수와 강에서 파지는 박테리아보다 100배까지 많을 수 있다. 그런데도 박테리아는 번성한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과학자들의 새 연구는 예상 밖의 설명을 내놓는다. 미생물이 살아남는 것은 개별적으로 공격에 저항해서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발견의 핵심에 있는 메커니즘은 주화성, 즉 세포가 화학적 농도 구배를 감지해 그쪽으로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능력이다. 많은 박테리아는 이 감각을 이용해 영양분을 쫓거나 독소를 피한다. 칼텍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주화성이 집단 방어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지가 공격해 오면 움직임을 조율한 박테리아는 제자리를 지키다 하나씩 잡아먹히는 대신 집단으로 위험 지대를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주 중국 과학 매체들이 보도한 이 결과는 박테리아 방어를 순전히 분자적 현상으로 보는 오랜 관점에 도전한다. 제한효소, 크리스퍼(CRISPR) 유사 시스템 등 세포 내 무기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새 연구는 행동, 특히 무리로 움직이기로 하는 결정이 별개의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효과를 집단 주화성의 한 형태로 설명한다. 개별 세포가 같은 화학적 신호에 반응한 결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생물학 실험실 밖의 사람들이 왜 주목해야 할까. 파지는 항생제를 대체할 수단으로, 이른바 파지 요법 분야에서 연구가 늘고 있으며 식품 안전과 농업에도 쓰인다. 박테리아가 대형을 갖춰 헤엄쳐 도망치는 것만으로 파지를 피할 수 있다면, 파지에 기반한 어떤 치료법도 박테리아의 유전자뿐 아니라 행동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발견은 박테리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에서 파지 기반 접근이 때때로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박테리아를 사회적 유기체로 보는 미생물학의 더 넓은 전환에도 맞닿아 있다. 지난 20년간의 연구는 미생물이 화학 신호로 소통하고, 생물막(biofilm)으로 알려진 구조화된 군집을 형성하며, 집단 행동을 조율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칼텍 연구는 여기에 도주를 더한다. 대치하는 군중이 아니라 도망치는 군중인 셈이다.
실용적 함의는 아직 드러나는 중이다. 박테리아가 언제, 어떻게 도주를 택하는지 이해하면 파지 치료 설계, 장이나 혈류처럼 유동하는 환경에서의 감염 관리, 토양과 물의 미생물 군집이 바이러스 압력에 반응하는 방식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환경에 달려 있다고 주의를 준다. 박테리아에는 적절한 화학 구배와 움직일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새 옷을 입은 익숙한 교훈이다. 협력은 가장 작은 규모에서도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파지와 마주한 박테리아 한 마리에게는 선택지가 거의 없을지 모른다. 위협을 감지하고 함께 움직이는 집단에게는 선택지가 더 많다. 이 연구는 미생물 세계가 고립된 세포들의 모음이라기보다 조율된 사회들의 집합이며, 그 가장 중요한 결정 일부가 이동하면서 내려진다는 증거를 더한다.